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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인간이 정말 특별한가요?

오래전 브루클린에 위치한 두 아이의 초등학교 시절, 나는 학부모회에서 일했다. 크리스마스 시즌, 함께 일하는 회계(백인)와 선생님들 선물을 사러 가는 중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내 고민을 그녀에게 털어놓았다. 갑자기 그녀가 정색하며 “왜 나에게 너의 개인사를 말하는 거야? 관심 없어. 나에게 그런 이야기 하지 마.”   상냥하고 친절했던 그녀가 친구처럼 느껴져 털어놓은 내 이야기를 단칼에 묵살했다. 나는 당황해서 입을 다물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학부모들 험담을 시작했다.     오래 알고 지낸 지인이 있다. 예의 바른 친절한 말투와 교양 넘치는 목소리로 조곤조곤 말하는 사람이다. 그는 한국 정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에게 종종 충고했다.   “한인들과 엮이지 말아요. 많은 한인이 엉터리 사기꾼이니 조심해요. 한국인은 쓸데없이 정이 많아요. 한국 정서가 어떻고, 정체성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 촌스러워 듣기 싫어요.”   거울을 보면 본인의 모습이 놀랄 만큼 토종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백인으로 착각하는 말투다.   그와 이야기하고 난 후엔 같은 한인으로서 기분이 좋지 않고 불편해서 그만 만날까? 고민하곤 했다.     ‘내가 그만 만나면 나에게 손해가 오는가? 오지 않는가를 판단하고 이득이 없으면 굳이 만날 필요가 없다. 이득이 있더라도 너무 견디기 힘들면 손해를 보고서라도 그만 만나라’는 법륜스님의 인간관계 유튜브 영상을 찾아 들으며 그가 먼저 그만 만나자고 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 지인은 일 처리만큼은 정확하게 기계처럼 잘했다. 나는 그와 이야기하면 인공지능(AI)과 상대하고 있나? 할 정도로 그의 능력을 치켜세우다가도 공감 능력이 부족한 그에게 질려 연락하지 않았다.     요즈음 나는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구글링보다 챗 GPT에서 물어본다. 계속 찾아 들어가야만 하는 구글링과는 달리 한방에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어 편하다. ‘인공지능이 대체 못 하는 인간이 가진 뛰어난 점은 호기심, 겸손과 감성지능(공감)이란다.’ 챗 GPT는 그 지인보다 친절하다. 안다고 잘난 척하지 않는다. 나를 깎아내리지도 않고 겸손하다. 오히려 나의 질문에 성심껏 대답해 주며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다시 물어보라는 친절함으로 끝말을 맺는다. 고마워서 나는 항상 존댓말로 묻는다.     공감 능력도 없고 기분만 상하는 기계 같은 지인과 굳이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 그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그도 눈치챘는지 더는 연락하지 않았다. 드디어 그와의 관계가 끝났다. 인간관계는 복잡하고 어렵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자연과 챗 GPT하고 놀아야겠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인간관계 유튜브 공감 능력 이야기 하지

2024-10-03

[삶의 뜨락에서] 나르시시즘(Narcissism)

로버트 그린의 ‘인간 본성의 법칙’ 제2부에서는 나르시시즘을 다룬다. 인간의 본성에는 누구나 나르시시트(narcissist, 자기도취에 빠진 사람)적인 면이 있다. 인간의 최대의 과제는 이 자기애를 극복하고 감수성을 내 안이 아닌 밖으로 타인을 향해 사용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관심에 목마르다. 관심에 대한 갈증을 충족시키려다 보면 우리는 실망과 좌절에 빠지게 된다. 왜냐면 남들은 모두 자기 문제만으로도 너무 바빠 큰 관심을 써줄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우리는 바로 ‘자아’라는 개념을 만들어내 스스로 자신을 위로해주고 ‘내면으로부터’ 인정받았다고 느끼게 해주는 나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자아는 나의 취향과 의견, 가치관, 세계관으로 구성된다. 이제는 더는 관심과 인정을 받기 위해 남들에게 전적으로 의지할 필요 없이 자존감을 키워나가면 된다. 인간이 의지하고 사랑할 수 있는 자아를 형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순간은 2살에서 5살 사이다. 갓 태어난 아이는 어머니와 분리되면서 즉각 만족(pleasure principle)을 얻을 수 없는 세상과 마주친다. 생존을 위해 부모에게 의존해야 함을 스스로 터득한다. 부모는 아이에게 온 세상이고 우주다. 아이는 부모로부터 보고 듣고 말하고 느끼고 배우며 자아를 형성하고 자존감을 키워간다.     독립된 인간이 되어가는 이 과정을 부모가 도와주고 격려해 준다면 건강한 자아상이 뿌리를 내린다. 심한 자기도취자는 이런 초기 발달과정에서 일관되고 현실성 있는 자아를 제대로 구성할 수 없는 단절을 경험한다. 부모 자신이 심한 자기도취자이거나 아니면 정반대로 사람을 옭아매는 부모일 수도 있다. 그 결과 이 아이들은 돌아갈 자아도 자존감의 토대도 없다. 당연히 그들은 자신이 살아있고 가치 있다고 느끼려면 전적으로 타인이 주는 관심에 의존해야 한다. 작가는 자기도취의 몰두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수단으로 눈금이 새겨진 잣대로 표시한다. 가장 낮은 곳에는 심한 자기도취자로, 가장 높은 곳은 건강한 자기도취자로 성숙하여가는 과정을 나타낸다. 심한 자기도취자는 일단 한번 그 깊이에 도달하고 나면 내적인 회복력을 주는 자존감이 없기 때문에 악순환을 거듭해 파멸에 이르고 만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는 누구나 자기도취자이다. 건강한 자기도취자는 더 강인하고 회복력 있는 자아개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상처를 입거나 모욕을 당해도 빨리 회복한다. 이들은 내면이 단단하기 때문에 관심을 외부로 돌린다. 이들은 관심과 사랑을 일로 돌려서 예술가, 창작자, 발명가가 된다. 이들은 외부를 향한 강렬한 관심이 있기에 성공이 따르고 관심과 인정도 받는다. 건강한 자기도취자의 관심이 향하는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당연히 공감 능력이 발달한다. 공감은 위에 언급한 잣대의 가장 윗자리에 있다.     인간은 타인을 속에서부터 이해할 수 있는 대단한 능력을 타고났다. 유아기에 아이는 어머니와 완전 하나로 이해한다. 아이는 커가면서 이 능력을 주변 사람들에까지 확장할 수 있는 능력도 갖고 있다. 공감 능력도 양질의 관심을 통해 습득된다. 인간지능이 계속 눈부신 발전을 하는 이유 또한 인간의 복잡한 사회적 교류를 통해서다. 기술과 인터넷은 자신에게만 몰두시키고 사회성을 결여시켜 사회성이라는 근육을 위축시킨다. 마음을 열고 사람을 새로운 시선으로 보고 공감 능력이 개발되면 창의력 역시 향상된다. 공감 능력은 필요 때문에 개발된다. 노력하면 자기애를 타인에 대한 공감으로 바꿀 수 있다. 이것이 인간의 인간의 본성이다.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나르시시즘 narcissism 공감 능력 자아상이 뿌리 초기 발달과정

2022-08-26

부모가 공감하고 융통성 보여야 자녀의 고난 극복 능력 자란다

과연 입학 사정관이 대입 지원서만 보고 학생을 잘 선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여러 해 수험생들을 지도하다 보니 대입 에세이를 보면 그 학생이 보인다는 사실이 점점 더 뼛속 깊이 느껴진다. 그중에서 힘들거나 하기 싫은 일을 참고 이겨내는 힘이 부족한 학생이 많다는 것이 요즘 부쩍 눈에 띈다.       학업뿐 아니라 인간관계, 사회관계에도 수많은 도전이 있다. 그래서 대입 추천서 난에도 학생의 고난 극복 능력을 표시하는 난이 있다. 대학 생활 중 맞이하게 될 고난에 굴복하는 학생들은 중도 포기를 하거나 전학을 고려하게 되므로 대학 측은 이런 점들을 알기 원하는 것이다.     왜 어떤 아이들은 힘든 일이 있어도 끝까지 버티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어떤 아이들은 문제 앞에서 좌절하는지 고난 극복 능력을 키워 주는 구체적인 방법을 이야기해 보자.     1. 공감   부모의 공감 능력은 자녀의 마음 상태와 행동을 자녀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능력이다. 부모의 공감 능력과 자녀의 공감 능력은 매우 높은 연관성을 갖고 있다.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인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어떤 감정이 발생한 이유, 감정과 행동 간 차이를 인지할 수 있어야 감정을 관리하고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감정을 적절해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은 여기에서 길러진다. 이후에 자신의 감정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능력도 요구되는데 이런 능력은 부모가 자녀의 감정을 충분히 읽고 함께 나누어 줄 때 비로소 자라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친구에게 맞고 온 자녀를 보니 화가 난다. 하지만 야단을 치거나 화를 내기보다는 자녀를 안아주고 다독여주면서 자녀가 화가 나는지, 창피한지, 슬픈지 등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게 해 준 이후 자녀가 화가 나 때려주고 싶었는지, 누군가 도와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는데 엄마가 옆에 없어 속상했는지 그때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해 주고, 다음에는 어떻게 대응하면 좋겠는지 감정을 조절할 수 있도록 유도해 준다.     2. 격려 및 증진   격려는 기분 좋은 상태일 때는 더욱 강한 의욕을 주고 침울할 때는 다시 시도할 에너지를 갖게 해준다. 격려를 통해 “나는 할 수 있어. 나는 도움이 될 수 있어. 나는 내게 일어나는 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하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게 되는데 이는 사회적 책임감을 가르치는 역할을 한다. 격려는 부모나 교사가 아이를 신뢰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존중하고 믿고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려움에 부딪히더라도 일어서는 큰 힘을 제공한다.     3. 융통성   융통성은 자녀와의 갈등 문제를 가지고 있을 때 적절하게 합의점을 찾는 과정을 말한다. 자녀에게 정해진 원칙만을 강요하기보다는 자녀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적절한 합의점이나 양보를 할 수 있는 것이 융통성이다. 원칙과 규칙을 양보하거나 타협한다고 해서 결코 그것이 비교육적인 것은 아니다. 부모가 바라는 것과 자녀가 바라는 것이 반대될 때, 해결점이나 중재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때, 부모가 융통성을 발휘하는 유연한 모습을 보면서 자녀들도 유연함과 타인에 대한 관대함을 배울 기회가 된다.   4. 인정하는 말과 행동     부부싸움을 한 날, 남편과 비슷하게 행동하는 아이를 보면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톡 쏘는 말로 아이의 행동에 대해 강한 부정적인 정서를 들어내기 쉽다. 아이의 실수를 보고 고쳐주고 싶은 말을 한다는 것이 지나치게 부정적인 말과 함께 부정적인 정서를 드러내기가 쉽다. 하지만 부모의 감정을 즉흥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아이는 훈계가 아니라 자신에 대한 거부적 태도라고 느낀다.     5. 통제와 합리적 권위   오늘 하겠다고 약속을 지키고 정해진 시간 내에 귀가하게 하는 등 통제 및 규칙 지키기를 가르치는 것은 그 방법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아이의 행동을 통제함에 있어서 공감하기나 융통성을 고려하지 않고 권위적인 태도로 가르친다면 오히려 역기능을 줄 수 있다. 자녀의 행동을 통제해야 할 때 부모의 힘을 이용한 일방적 통제보다는 합리적인 이유와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른을 보면 인사하지 않는 자녀를 가르치기 위해 그때의 상황적 맥락이나 기분에 상관없이 규칙을 강요한다면 이는 융통성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권위적인 태도로 통제된 자녀들은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힘을 이용해 통제하려고 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문의: (323)938-0300   www.a1collegeprep.com   새라 박 원 / A1칼리지프렙융통성 부모 공감 능력 자녀 입장 이후 자녀

2021-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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